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343 쇠뿔/ 이토록 쇠뿔 이토록 뿔은 언제 뿔이 솟나 이랴, 이랴, 워, 워, 몸이 전부 의성어인 아버지는 소였다 그 둥근, 눈을 껌벅이며 무릎이 툭 꺽일 때 보았다 뿔은 비로소 날 향했다 나는 늙은 소의 텅 빈 하늘이었다 가슴엔 쇠뿔도 없이 울음만 쿡 박히는 이토록 시조집 ‘흰 꽃, 몌별’, ‘작가’에서 소뿔이 주는 상징성은 공격보다는 방어를 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먹이를 잡아먹는 맹수들은 뿔이 없다. 뿔이 있으면 공격을 할 때 공격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초식동물들이 대체로 뿔을 지녔다. 소도 초식동물이다. 이토록 시인은 일만 하시는 아버지가 자식 앞에서 어쩌지 못하고 무릎을 툭 꺾일 때 자신을 향한 마음이 뿔로 비추었다고 고백한다. 무엇을 나무라기 위해 고추 선 뿔을 들이밀었겠는가 싶다. 자식의 삐뚤어진 마.. 2020. 10. 30. 고구마 경전 / 김종연 고구마 경전 / 김종연 몸의 반을 도려내고도 목숨은 살아남아 이 빠진 커피 잔에서 파릇, 싹을 틔웠다 끝나도 끝난게 아니라는 초록 언어의 계시다 -『운문시대』(2020. 동학사) 2020. 9. 29. 아침 식탁/이우걸 아침 식탁/이우걸 오늘도 불안은 우리들의 주식이다 눈치껏 숨기고 편안한 척 앉아보지만 잘 차린 식탁 앞에서 식구들은 말이 없다 싱긋 웃으며 아내가 농을 걸어도 때 놓친 유머란 식상한 조미료일 뿐 바빠요 눈으로 외치며 식구들은 종종거린다 다 가고 남은 식탁이 섬처럼 외롭다 냉장고에 밀어 넣은 먹다 남은 반찬들마저 후일담 한마디 못한 채 따로따로 갇혀 있다 2020. 9. 29. 붕어빵/최영효 붕어빵/최영효 언젠가,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리 그렇게 다짐하며 지느러미 세우고 도시의 유영을 끝낸 탈출기를 쓰고 싶다 싸구려 떨이로 팔릴 밤 늦은 좌판 위에 부레를 뒤집으며 노릿노릿 엮은 꿈들 절망도 희망과 함께 세간살이 이웃이다 검정말 방아깨비 짚신벌레 옛친구야 잊히지 않기 위해 흘러간 노래 부르며 서문엔 이렇게 쓰리 푸른 강에 가고 싶다 ♠ 짧은 감상 최영효 시인의 에서 시조문학의 희망을 읽습니다다. 대상에 대한 철저한 인식과 새로운 의미부여, 남다른 상상력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2003년《열린시조》봄호에서 보여준 거침없는 그의 신작들과 사뭇 도전적인 산문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 시조 창작을 한다는 것은 부단히 절망하면서 끊임없이 희망을 가지는 일일 수밖에 없음을 이 작품은.. 2020. 9. 28. 이전 1 ··· 37 38 39 40 41 42 43 ··· 8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