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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343

그늘 반평/유재영 그늘 반평/유 재 영 1. 언젠가 우리 모두 함께 만날 그곳에 조용히 내려오신 오목한 그늘 반 평. 불탄 뼈 한 움큼 묻자, 산을 안고 우는 뻐꾹 2. 봄날처럼 왔다가 봄날처럼 떠나는 생. 먼 훗날 누가 와서 이 길을 묻는다면, 저기 가 거기 같구나, 산뽕나무 있던 자리 2020. 12. 16.
사람책/이소영 사람책 ​ 이 소 영 산나물을 다듬는 할머니 까만 손톱을 박스를 싣고 가는 할아버지 굽은 등을 몇 년간 병상에 뿌리 내린 남자의 쾡한 눈빛을 택배 아저씨 잔등에 땀으로 그린 지도를 출근길 신호등이 된 모범기사 수신호를 노숙자 식판에 국을 뜨는 자원봉사자 손길을 퀴어 축제에 나부끼는 무지개 깃발을 부지런히 올라간 교복치마와 마스카라를 읽는다, 자기 인생의 저자가 된 사람들 -《시조시학》 2019년 봄호 2020. 12. 16.
옷가게에서 / 김일연 옷가게에서 / 김일연 점원인가 하고 마네킹을 바라본다 마네킹인가 하고 점원을 바라본다 누군가 날 바라본다 사람인가 하고 점원인가 하고 마네킹에게 말을 건다 마네킹인가 하고 점원을 지나친다 인생(人生)이 날 지나친다 마네킹인가 하고 2003 가을호 2020. 12. 15.
♣ 세상의 모든 시조 : 이토록 시인 ♣ ♣ 세상의 모든 시조 : 이토록 시인 ♣ -2020년 3월 10일 화요일- 드라이플라워 이 미련은, 내 것도 당신 것도 아니라서 유리조각 쏟아진 마음속 골목 같다 기어이, 바스러지는 소리 다 들으며 가라고 한통속 통속에 물을 받고 애벌빨래 앉힌 자리 잘못 든 검은 옷을 며칠째 두었을까 닳아서 환한 솔기가 검은 물 머금었다 우리도 곁을 주어 이만큼 살았으니 당신도 이제는 당신이 아니겠다 나조차 내가 아님을 당신 있어 깨닫듯 황사 뼈마디 툭 불거진 자루 같은 노인이다 오늘도 옥상 위에 둥둥 뜨는 저 신기루 바람이 한 입 가득하게 생쌀을 물고 있다 사막을 건너기 전 육탈을 하려는지 그는 눕고 혼이 나와 붉은 해를 드는 한낮 낙타는 무릎이 터져 모래알로 흩어진다 쇠뿔 뿔은 언제 뿔이 솟나 이랴, 이랴, 워, 워.. 2020. 10.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