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343

빈 잔/홍진기 빈 잔 / 홍진기 언제나 내 곁에는 빈 잔이 놓여 있다 가진 것 모두 담아도 차지 않는 이 잔을 단숨에 그대로 들면 은회색 허공이 된다 언젠가 달빛 한 줄기 이 잔을 다녀갔고 아내의 한숨 소리도 가끔은 드나들지만 시대의 증언을 풀면 전쟁같은 물이 고인다 2008. 4. 1.
매화꽃, 떨어져서 매화꽃, 떨어져서 / 이종문 다 저문 강 마을에 매화 꽃, 떨어진다. 그 꽃을 받들기 위해 이 강물이 달려가고 다음 질, 꽃 다칠세라 저 강물이 달려오고.... 다 저문 강 마을에 매화 꽃, 떨어지고, 다 저문 강 마을에 매화꽃, 떨어져서, 강물이 강물을 이어 흘러가고 있었다. 2008. 3. 31.
가구가 운다, 나무가 운다 가구가 운다, 나무가 운다 / 이정환 한밤 중 한 시간에 한두 번쯤은 족히 찢어질 듯 가구가 운다, 나무가 문득 운다 그 골짝 찬바람 소리 그리운 것이다 곧게 뿌리 내려 물길어 올리던 날의 무성한 잎들과 쉼 없이 우짖던 새 떼 밤마다 그곳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일순 뼈를 쪼갤 듯 고요를 찢으며 명.. 2008. 3. 31.
立冬 立冬 / 이종문 녹슨 굴렁쇠 하나 이리 저리 구불리며 귀뚜라미 한 마리 먼 산맥을 넘어와서, 이 세상 家家戶戶를 다 헤매고 다니더니.... 폐광촌 빈 아파트 열 길 벼랑을 타고 올라 베란다 강아지풀, 그 옆에서 울고 있다. 모처럼 마음 턱 놓고 목을 놓아 울고 있다. 이박 삼일 .. 2008.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