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714 짧은 시 감상 몇 편 짧은 시 감상 몇 편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정현종, 전문 그 오징어 부부는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부둥켜안고 서로 목을 조르는 버릇이 있다 -최승호, 전문 보름달은 어둠을 깨울 수 있지만 초승달은 어둠의 벗이 되어 줍니다. -최종수, 전문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함민복, 전문 사람아 입이 꽃처럼 고아라 그래야 말도 꽃처럼 하리라 사람아 -황금찬, 전문 한 줄이면 족하지 뭘 더 적을 것인가 할 말 많다고 해도 한 마디면 족하지 아홉 쪽 김밥 한 줄을 꼭꼭 씹어 먹는 날 -권갑하, 전문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오르텅스 블루, 전문 먹지는 못하고 바라만 보다가 바라만 보다가 향.. 2023. 10. 20. 좌우명/이정록 좌우명/이정록 콩이 밭두둑 책상에 썼습니다. ―콩당콩당 알콩달콩 살자. 밀이 밭고랑 의자에 썼습니다. ―밀치지 않겠습니다. 사과나무가 하늘 우산에 썼습니다. ―너무 예뻐서 사과합니다. 쑥이 낭떠러지 장화에 썼습니다. ― 쑥스럽게 살겠습니다. 달이 뭉게구름 시간표에 썼습니다. ―해보겠습니다. 해가 노을 스케치북에 썼습니다. ―별 볼 일 있도록 사라지겠습니다. 2023. 10. 20. 바닥/김기택 바닥/김기택 제대로 한 방 맞았다 바닥이 휘두른 펀치가 어찌나 세던지 눈두덩이 이 센티미터나 찢어지고 피가 터졌다 점점 높아지는 책장을 정리하고 있을 때 내 몸을 받쳐 주던 의자가 발에 밟히는 게 불편했던지 제 몸을 살짝 뒤틀었는데 순간 중심을 잃은 다리는 의자에서 껑충 뛰어올랐고 머리는 의자 밑으로 뛰어내렸다 그때 바닥이 솟구쳐 올라 왼쪽 눈과 뺨을 세차게 갈겼던 것이다 늘 발밑에만 있어서 바닥이었는데 늘 보아도 보이지 않아서 바닥이었는데 몸통이 고꾸라지는 바로 그 순간 바닥은 머리 위에 있었다 큰 절을 받듯 높은 곳에 앉아 머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머리가 바닥에 접속되는 순간 별들이 있었다 어디서 나왔는지 수많은 별이 번쩍번쩍 튀어 올랐다 바닥에 그토록 많은 별이 있는지 몰랐다 그러나 얼굴이 피를 흘.. 2023. 10. 20. 과녁/이동호 과녁/이동호 나뭇잎 하나 수면에 날아와 박힌 자리에 둥그런 과녁이 생겨난다 나뭇잎이 떨어질 때마다 수면은 기꺼이 물의 중심을 내어준다 물잠자리가 날아와 여린 꽁지로 살짝 건드려도 수면은 기꺼이 목표물이 되어준다 먹구름이 몰려들고 후두둑후두둑 가랑비가 저수지 위로 떨어진다 아무리 많은 빗방울이 떨어지더라도 저수지는 단 한 방울도 과녁의 중심 밖으로 빠뜨리지 않는다 저 물의 포용과 관용을 나무들은 오래전부터 익혀왔던 것일까 잘린 나무등걸 위에 앉아본 사람은 비로소 알게 된다 나무 속에도 과녁이 있어 그 깊은 심연 속으로 무거운 몸이 영영 가라앉을 것 같은, 나무는 과녁 하나를 만들기 위해 오랜 세월 한자리에 죽은 듯 서서 줄곧 저수지처럼 수위(水位)를 올려왔던 것이다 화살처럼 뾰족한 부리의 새들이 하늘 위로.. 2023. 10. 20.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1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