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714 어쩌면 좋지/윤보영 어쩌면 좋지/윤보영 자다가 눈을 떴어 방안에 온통 네 생각만 떠다녀 생각을 내보내려고 창문을 열었어 그런데 창문 밖에 있던 네 생각들이 오히려 밀고 들어오는 거야 어쩌면 좋지? 2022. 7. 31. 화살나무/손택수 화살나무/손택수 언뜻 내민 촉들은 바깥을 향해 기세 좋게 뻗어가고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제 살을 관통하여, 자신을 명중시키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모여들고 있는 가지들 자신의 몸 속에 과녁을 갖고 산다 살아갈수록 중심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가는 동심원, 나이테를 품고 산다 가장 먼 목표물은 언제나 내 안에 있었으니 어디로도 날아가지 못하는, 시윗줄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산길 위에서 2022. 7. 30. 화살나무/박남준 화살나무/박남준 그리움이란 저렇게 제 몸의 살을 낱낱이 찢어 갈기 세운 채 달려가고 싶은 것이다 그대의 품 안 붉은 과녁을 향해 꽂혀 들고 싶은 것이다 화살나무, 온몸이 화살이 되었으나 움직일 수 없는 나무가 있다 2022. 7. 30. Mr. 밥/이동호 Mr. 밥/이동호 밥 씨, 당신이 방금 내린 비행기에서 모락모락 김이 오른다 친부모를 찾아, 형제를 찾아 코리아를 방문한 밥 씨, 당신의 눈에도 적정한 온도로 눈물이 끓고 있다 당신이 苗種이었을 때부터 밥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나는 소상히 알고 있다 이 땅에서 파종되었지만 당신을 감당할 수 없는 천수답이었던 부모는 파란 눈동자를 지닌 기름진 양부모에게 당신을 옮겨 심었다 그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파란 눈을 가진 여자와 연애하여 당신도 아내도 닮지 않은 두 남매의 아버지로 살아왔지만 밥이 주식이 아닌 나라에서 열매맺기도 전에 미리 '밥'이었던 당신은, 늘 설익은 밥이나 삼층밥이 되어 살았을 것이므로 밥 씨, 끓고 있는 당신 가슴을 열지 않아도 이제 이 땅의 밥공기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당신은 어렴풋이 당신.. 2022. 7. 30. 이전 1 ··· 32 33 34 35 36 37 38 ··· 1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