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714 별이 빛나는 감나무 아래서/피재현 별이 빛나는 감나무 아래서/피재현 아버지는 가을이 깊어지면 감 따러 오라고 성화를 부렸다 나는 감 따는게 싫어 짜증을 냈다 내가 얼마나 바쁜 사람인지 아냐고 감따위 따서 뭐 하냐고 아버지 돌아 가시고 다시 가을이 왔을 때 엄마는 내게 말했다. 니 애비도 없는데 저 감은 따서 뭐하냐 나는 별이 빛나는 감나무 아래에서 톱을 내려놓고 오래도록 울었다. 2022. 1. 3. 일용할 양식/김용락 일용할 양식/김용락 한때 일용할 양식을 담았던 냄비와 프라이팬이 이제 수명이 다해 고철로 저울대 위에 앉았다 고철로도 팔리지 않을 이 육신에 나는 왜 끝까지 매달리는 것인가? 문학사상 2021년 12월호 2022. 1. 3. 최선은/이소영 최선은/이소영 총알이 되어서 온몸으로 배송하는 것 우정을 넘어서 경쟁으로 공부하는 것 영혼을 끌어모아서 전셋집 마련하는 것 폐지라도 모아서 손주 용돈 주는 것 상처 난 과일을 반값에 내다 파는 것 육아도 일도 완벽하게 하는 알파 걸로 산다는 것 책에서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 몸으로 살아가는 하루에서 배운다 최선을 다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최악인지 2021. 12. 29. 가시나무 춤/이영식 가시나무 춤/이영식 아가미와 아랫배 감싸듯 눌러 잡고 회칼을 예각으로 뉘었다 칼끝은 통점을 피해 날렵하고 부드럽게 스민다 살집 깊이 파고들어 살점을 떼어 낸다 살림이 거덜 나는 줄도 모른 채 도마 위 마술을 견디고 있는 놀래미, 칼날 지나며 살점 떠낸 자리에 가시나무 한 그루 선명하게 박혀 있다 물고기의 모양을 지켜 주던 내부 구조물이다 사내는 가시 양쪽에 붙었던 살을 모두 떼어 낸 뒤에야 아가미에 덮였던 물수건을 걷어 낸다 놀래미의 눈동자는 아직 멀뚱하다 제 몸 위에서 한바탕 칼춤이 벌어지고 살점이 몽땅 털린 줄도 모르는 눈치다 형태만 남은 놀래미를 수족관 속에 집어넣는다 가시나무 끝에 매달린 꼬리지느러미가 좌우로 꺾인다 속내 훤한 가시나무 춤! 기포 속에 너울거린다 몇 분 간 춤사위로 휘돌고 나.. 2021. 12. 29. 이전 1 ··· 43 44 45 46 47 48 49 ··· 1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