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1109 풀/김수영 풀/김수영 풀이 눕는다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바람보다 늦게 누워도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시인 김수영의 '풀'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다. 황동규는 '시의 소리'에 서 '우리가 풀을 민중의 상징이고, 바람, 특히 '비를 몰아오는 동풍'은 외세의 상징이라는 식의 의미를 부여해서는 곤란하다.'고, 최하림은 '문법주의자들의 성채'에서 몇몇 문인들의 풀에 대한 의미 분석을 다음과 같이 인용한다. 풀잎이란 한국 현대 시문학사에서 다양한 방법과 탐구를 통하여 획득한 .. 2024. 8. 13. 소리의 그림자/송재옥 소리의 그림자 2024. 8. 13. 폭우/함순례 폭우/함순례 식탐 부리다 혀를 깨물었나 불룩한 배가 슬펐나, 토사곽란이 났다 응급실에 갔다 아프지 말거라 수액을 맞는 동안 외삼촌이 병실 천정에서 굽어본다 스무 살 내게 곁방을 내어주고철로변 흔들리는 세간에도 맑은 기운 잃지 않았던 그 손 잡아보려 하는데 가뭇없이 멀어진다 자리보전하고 누우셨어, 뼈만 남은 모습이더라 눈시울 붉어지고내장은 뒤틀려 물 한 모금 삼키지 못하고 깨물린 혀는 쓰라리고 웅크린 담요를 가로질러 기차가 지나간다가로등 불빛이 덜컹거린다 경적을 울리면서캄캄하게 재생되는 구름 이 비 그치면 새로이크고 마른 별로 태어나실까밤이면 창문을 두드리실까 내가 속상한 여름에 잠겨 식은땀을 흘리는 동안 문밖에서는 다정한 외삼촌이 줄기차게 쏟아졌다 2024. 8. 12. 애월, 공무도하/서안나 애월, 공무도하/서안나 1.호스피스 병동에서 바라보는 밤은 왜 사무적인 걸까의사는 호스피스 병동 앞에서연명치료를 거부한다는 서류에 서명해야 한다고 했다 2.고레다 히로카즈의 영화를 보았다가족이란 무엇일까피를 나눈다는 건 무엇일까 3.침대에 기대어 잠든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아버지가 작은 목소리로고맙다고 말할 때왜 먼지 냄새가 나는 걸까병실 창밖에는 메마른 구름비나무 한 그루 4.아픈 사람은 5층 같아서걸어 올라가다 보면 내가 먼저 지치지간병은 지루하고지친다는 것과 슬프다는 것은 구별하기가 어려워나는 새벽에 병원 지하 편의점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인간의 존엄함에 대하여 생각했다 느리게 흘러가는 병실의 시간과 창밖의 구름들나는 구름을 쳐다보며어떤 기적 같은 형상을 찾고 있었는지도 몰라 이 저녁병자들은 무용하여 .. 2024. 8. 12. 이전 1 2 3 4 5 6 7 8 ··· 2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