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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1168

접시에 담긴 저녁/김서희 접시에 담긴 저녁/김서희   뉴스 시작 삼 분 전 사과를 깎기 시작한다삼 분 후면 듣게 될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사각사각, 사과를 돌려 깎으며시간을 돌돌 깎아 내리며쏟아질 뉴스에 주파수를 맞춘다매일같이 밖의 세상이 궁금한 나는오늘의 뉴스를 접시에 담는다 갓 낳은 아기를 검은 비닐에 싸서 버렸다는유명 가수가 음주 교통사고를 냈다는필리핀에 간 청년이 저수지 플라스틱 통에서 발견되었다는4.8 규모의 지진이 남쪽 지방에서 발생했다는돌려 깎은 사과가 접시에 담기고접시에 담긴 사과는큰아들 작은아들 입으로 사각이며 사라지고뉴스도 사과처럼 한 조각씩 넘어가고 베란다 흰 제라늄이 시들어 가는 동안돌려 깎은 사과 껍질은 버려지고8시 저녁 뉴스는 늘 쓴맛으로 남았다 2025. 1. 10.
악공/리호 악공/리호 2025. 1. 10.
꽃/박관서 꽃/박관서   에라이 개 같은 년아나가 뒈지지도 않냐 뒈져라뒈져 두드려 맞으면서바가지로 쏟아지는 욕설 속에서제비 새끼처럼 오돌오돌떠는 나를 안고술주정뱅이 퇴역 경찰 아버지로부터단단한 둥지처럼 사슬처럼 나를 보듬고소리 없이 울던 어머니의 흰 팔뚝 위에퍽, 퍽, 피어오르던 시퍼런피멍, 피멍이여. 2025. 1. 10.
명치 끝/정수자 명치 끝/정수자   상처 입은 영혼과 그리운 길이 모여 고요히 들끓는 묵언의 제단 같은 내 오랜 아우슈비츠 내 생의 슬픈 곳집 2025. 1.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