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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343

빌딩의 그림자는 밤에 자란다/오서윤 빌딩의 그림자는 밤에 자란다 오서윤 상승과 하강으로 사람들 삼켰다 뱉는 저 빌딩은 철옹성 한 마리 회색 공룡 치켜 뜬 층층의 불빛 송곳니처럼 번득인다 낮 동안 접힌 어둠 날갯짓 포효하자 도심 하늘 가르며 그림자 뻗어간다 허기진 공복 채우듯 창문을 덥석 문다 바닥에 달라붙어 따.. 2014. 10. 30.
새, 혹은 목련/박해성 새 , 혹은 목련/ 박해성 앙가슴 하얀 새가 허공 한 끝 끌고 가다 문득 멈춘 자리 매듭 스릇 풀린 고요 콕콕콕 잔가지 마다 제 입김 불어넣는 그 눈빛 낯이 익어 한참 바라봤지만 난시가 깊어졌나 , 이름도 잘 모르겠다 시간의 녹슨 파편이 낮달로 걸린 오후 은밀하게 징거맸던 앞섶 이냥 풀.. 2013. 9. 5.
만복열쇠점 / 박해성 만복열쇠점 박해성 척하면 열려라 뚝딱, 천국 문도 연다는 우리 동네 공인 9단 열쇠 장인 김만복 씨 꽉 잠긴 생의 비상구, 정작 열 줄 모르면서 헌 잡지처럼 찢어버린 과거는 묻지 마라. 기꺼이 갇혀 사는 반 평 독방 컨테이너 탈옥은 꿈꾼 적 없다 반가부좌 부처인 듯 호적조차 말소당한 .. 2013. 9. 5.
금모래 은모래/이태순 이태순 시인 금모래 은모래/이태순 저 냇가 그래 맞아 찰방찰방 걸어가면 복사뼈 발개지고 조약돌 재잘거리던 고 작은 입 투명했지 간지러워 간지러워 땅의 실밥 톡톡 터져 초록 뱀 눈을 뜨는 냉이 향 훅 번지는 봉긋한 분홍언저리 숨소리가 가빴지 ―이태순, 〈금모래 은모래〉 전문(《.. 2013.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