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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時調343

진행형이다 / 박희정 진행형이다 / 박희정 12그람 커피믹스와 무의식이 녹는다 일상의 군더더기 순식간에 풀어지고 혀끝에 달착지근하게 스민 오랜 소통의 密書 입가심의 뒷맛처럼 우러나는 향의 깊이 건조된 분말에도 비밀의 물기 있어 찻잔이 다 식어가도 약속은 진행형이다 <오늘의 시조시인상 수상작> <심사평&g.. 2010. 1. 20.
여름도 떠나고 말면/정완영 여름도 떠나고 말면/정완영 번개 천둥 비바람도 한 철 잔치마당인데 잔치 끝난 뒷마당이 더욱 적막하다는데 여름도 떠나고 말면 쓸쓸해서 나 어쩔꼬 무더운 여름 한 철 나를 그리 보챘지만 그 여름 낙마(駱馬)하고 텅 비워둔 하늘 아래 푸른 산 외로이 서면 허전해서 나 어쩔꼬 2009. 7. 7.
문상(問喪) /정선주 문상(問喪) /정선주 은행나무 그 아래 낡은 구두 한 켤레 행길을 뒤로 한 채 돌아선 늙은 마음 마을을 지나 온 저녁비가 소슬히 덮고 있다. 살아서 걸어 온 길 죄다 끊어 버리고 뿌리 위에 기대고 누운 편안한 저 침묵 성소(聖所)에 발길 옮기듯 생각이 깊어 있다. 하늘로만 솟구치던 노오란 은행잎도 젖.. 2009. 5. 29.
初雪 / 박권숙 初雪 / 박권숙 인제를 넘어 북쪽 한계령 고개턱에서 보았다. 국경으로 몰리어가는 눈, 눈, 눈 순백의 고요한 화해 그 눈부심을 보았다 바위는 바위끼리 나무는 나무끼리 서로의 가슴으로 서로를 묻으며 우리의 동토를 향해 소리없이 전진했다 용서하라, 끝없이 이어지는 흰 깃발의 행렬 살과 살이 서로.. 2009. 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