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714 붉은 그녀, 동백/임호상 붉은 그녀, 동백/임호상 선운사 동백도 그렇고 구례 화엄사 홍매 그녀도 만만치 않다는 소문이다 그래도 칼바람 맞아가며 살아온 오동도 동백만 할까 그녀들은 붉다, 그녀들은 짙다 대충 건드려볼 심상이면 눈길도 주지 마라 미치도록 사랑할 수 없다면 다가서지 마라 한번 정 주면 목숨까지 툭 툭 버릴 줄 아는 붉은 그녀 목숨 걸고 사랑할 수 없다면 발자국 소리도 들리게 하지 마라 속 감출 줄 모르는 그녀 오늘, 더욱 더 붉어질라 2023. 1. 3. 바람의 젖가슴/정용화 바람의 젖가슴/정용화 들어본 적 있나요? 바람에도 젖가슴이 있다는 것을 한적한 도로에서 강물을 옆자리에 앉히고 시속 70킬로로 달리면서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보세요 말랑말랑한 바람의 젖가슴이 만져질 거예요 그 바람의 젖을 먹고 풀들이 자라고 침묵 속에 저장되어 있던 상처들을 꺼내 말리면서 꽃잎들이 피어나요 흔들리면서 갈대는 생각이 깊어지고 땅 속에서 감자는 굵어져요 온통 여름을 키우는 것은 바람이예요 이제 옹알이를 시작한 나무의 열매들은 점점 단단해지고 졸음을 털어낸 강물은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고 있어요 바람부는 날 유난히 내 젖 몽우리가 단단해진다는 것을 아직도 내가 바람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2023. 1. 3. 일몰/박후식 일몰/박후식 산길을 가다보면 돌 끝에도 햇빛 앙금이 묻어 있다 누가 보냈을까 산골 할머니가 밭고랑 끄트머리에서 자꾸 흘러내리는 햇빛을 고랑 위로 끌어올리고 있다 할머니가 돌멩이처럼 작아지고 있다 2023. 1. 2. 하느님과의 문답/임보 하느님과의 문답/임보 "하느님! 왜 모기는 만드셨어요?" 라고 내가 묻자 이윽고 하느님이 대답하신다 "그놈 참! 수많은 중생들이 내게 탄원하는 게 뭔 줄 아느냐?" "뭔 대요?" "왜 인간을 만들어 놓으셨어요? 라는 거란다!" "……!……" -『시선』2019년 가을호 2023. 1. 2. 이전 1 ··· 20 21 22 23 24 25 26 ··· 17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