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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문학장르/좋아하는 詩714

들풀/홍사성 들풀/홍사성 하늘 아래 가장 초라한 몸집을 가진 가장 낮은 삶을 사는 가장 질긴 목숨이다, 너는 티베트 고원 그 메마른 땅에서도 돋아나고 불탄 낙산사 뒤 숲 그 숯검댕이 속에서도 얼굴을 내민다, 너는 언제나 그랬다, 마치 양귀비꽃 앞에서는 고개도 못 들고 키 크고 잘난 놈만 보면 부끄러워하는 이름도 잘모르는 무엇이지만 언제나 선지피 같은 사랑 가슴에 품은 밟혀도 꺾여도 죽는 않는 목숨이다, 너는 이 세상 끝장날지라도 누구보다 먼저 되살아나 때맞춰 작은 꽃까지 피워내는 놀라움이다, 너는 눈물이다 너는 2022. 11. 12.
속도/유자효 속도/유자효 속도를 늦추었다 세상이 넓어졌다 속도를 더 늦추었다 세상이 더 넓어졌다 아예 서 버렸다 세상이 환해졌다 2022. 11. 12.
가을, 그리고/조현지 가을, 그리고/조현지 ​ 가을은 저기 먼 산에 꽃물을 들이고 ​ 저 들녘을 황금 물결 일렁이며 오는데 ​ 나는 떠나려 하는 그대 모습에서 가을을 보네. (2018 시민공모작) 2022. 11. 1.
아버지의 기저귀/김상민 아버지의 기저귀/김상민 ​ 내가 젖먹이였을 때 아버지가 기저귀를 갈아 주었지 ​ 그 아버지가 오늘 내 기저귀를 차고 방에 누워만 계시네 ​ 내가 아버지가 되어 오늘 아버지의 기저귀를 갈아 주네 ​ 내가 방실방실 웃으며 아버지를 쳐다보던 그날처럼 나를 바라보며 아버지가 웃네 ​ 대변이 마려운지 눈살을 찡그리며 웃네 (2016 시민공모작) 2022.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