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밭/時調205

(동시조)엄마의 잔소리 엄마의 잔소리 김춘기 우리 엄마 말씀이다, 껍질은 영양덩어리 사과 배 복숭아도, 대봉감도 참외도 일요일 숙제하다가 그 소릴 또 듣는다. 껍질째 먹는 거 알지? 그래야 얼른 큰다. 아빠 보렴, 사과를 어떻게 드시는지. 엄마 난, 새콤달콤한 속살이 더 좋은데요. 할머니가 군침 도는 과일들.. 2018. 9. 9.
(동시조)달걀 꽃의 슬픔 달걀 꽃의 슬픔 김춘기 가온이네 안마당엔 꽃소식 한창이래요. 채송화 맨드라미 봉숭아꽃 백일홍 저마다 예쁜 얼굴로 방긋방긋 웃지만요. 귀화한 망초 꽃은 담 밑에서 울고 있어요. 그 애 별명은 달걀 꽃 얼마나 깜찍한데요. 오늘도 잡풀이라고 꽃밭에서 뽑혔대요. 2018. 9. 7.
슬픈 세레나데 슬픈 세레나데 김춘기 전봇대에 매미들이 단추처럼 붙어있습니다. 한밤에도 목놓아 울어대고 있습니다. 그 울음 소음이라니, 더욱 크게 웁니다. 2018. 8. 5.
구도시 너덜겅 구도시 너덜겅 김춘기 몸 불편한 하루가 편의점에서 나와 다 낡은 가방 메고 고시원으로 향한다 골목길 쓸던 바람이 언덕길에 멈춘 심야 건너뛴 끼니들을 컵밥으로 때우는 취준생 발걸음이 모래주머니처럼 무겁다 이정표 없는 너덜겅, 쉼터 없는 하루하루 갑과 을이 무엇인가 을의 을은 또, 웬말인가 일층, 이층 흘러가는 강물도 있다던가 가슴에 고인 눈물이 황사비로 내린다 2018. 7.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