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글밭/時調205

화학실험과 웨딩마치 화학실험과 웨딩마치 김춘기 1. 대정여고 귀요미들 화학실험 한창이다 염산 든 비커에 수산화나트륨 넣고 있는 가온이 백합꽃 얼굴 물여울 같은 목소리 센 녀석 둘이 만나 큰일 낼 줄 알았는데 다소곳한 중화반응 왁자해진 과학실 선생님 반달 웃음에 샛별이 된 눈동자들 2. 고양이 성깔 딸내미와 들소 고집 예비 사위 카풀 연애 팝콘 튀겨 웨딩마치 울린단다 아내의 손 모은 밤들이 깊고 길게 이어진다 2018. 7. 15.
숨비소리, 수평선 흔들다 숨비소리, 수평선 흔들다 김춘기 섣달에도 꽃이 핀다, 검푸른 물밭 위에 망사리 진 상군 할망 발걸음 잰 가파도 금채기 끝난 포구에 테왁 꽃이 만발이다 남편이고 자식이고 친구이던 평생 일터 여름에도 겨울인 삶 눈물은 가슴에 묻고 바다가 목숨이라며 바다처럼 웃던 당신 꽃샘바람 눈설레도 가던 발길 멈추고 섬 혼자 종일토록 먼지잼에 젖던 그날 이어도 썰물 길 따라 별이 되어 떠나셨죠 가족을 등에 지고 오늘도 낮아지는 물의 근육 일렁이는 파도의 늪 헤치는 어머니 숨비소리가 수평선 흔들고 있다 2018. 6. 24.
수유리 먹자골목 수유리 먹자골목 김춘기 오늘 따라 갈빗집에 손님들이 북적이는구만유. 먹자골목에서 제일 큰 희망마트 점장, 대리, 캐셔, 청소원 아줌마, 배달원 아저씨, 어물전 배불뚝이, 정육코너 코털총각이 왁자지껄 웃음지껄 북적이며 회식날이라며 음식점 문을 연다. 그때 음성 걸걸한 갈빗집 대머리 사장, 종업원을 불러모아 하는 말. ‘오늘은 손님들에게 서비스 곱빼기입니다, 잘 좀 부탁해유. 알것지유? 접시에 달빛웃음도 가득 담구유, 양귀비 눈빛 애교는 양념으로 살짝살짝 뿌리구유. 상추 파절임 쑥갓두 푹푹 드리셔유, 무신 말인지 이해하겠지유?’ 근데요 사장님! 오늘은 뭔가 특별한 날인가부지유? 실은요, 오늘 갈비에는 늙은 수퇘지가 잔뜩 들어왔지, 뭐유. 2018. 3. 15.
아셔유? 아셔유?김춘기 현암초교 깨복쟁이들 동창 모임인데유. 난생 처음 뱅길 탔지 뭐예유. 군청에서 퇴직하고 교회에 푹 빠진 우리 교실 반장했던 친구, 흥교가 이스라엘은 꼭 가봐야 한다구해서유. 멋두 모르고 따라 갔는디, 둘째 날인가? 그 유명하다는 갈릴리호수를 유람하게 생겼지 뭐유. 승선하려면 표를 끊어야 한다잖어유. 여기 호수 건너는데 얼마나 받나유? 안내 아가씨가 그라는데 60불씩이나 내랜대유. 뭐시 그렇게 비싸데유. 거시기 좀 깎아달라구 해봐유. 여긴 유별난 호수라 그렇게는 못한대유. 그래두 그렇지, 겁나게 비싸구만유. 그렇지만 어쩌겠슈. 허! 참. 아셔유? 예수님이 물 위를 왜, 걸어서 건너가셨는지유. 2018. 3. 15.